🎬 Passing Dale의 뿌리: 진흙 속에서 피어난 ‘제국의 침묵’
― 보어 전쟁에서 파셴데일까지, 그리고 그 이후의 인권 유린사까지
🖋 By James Hojun Shin | 역사 칼럼 | 2025년 7월
🌍 1. 제국의 명령에 응하다 – 보어 전쟁의 그림자
1899년부터 1902년까지 벌어진 제2차 보어 전쟁(Boer War)은 남아프리카의 금광과 다이아몬드 자원을 둘러싼, 영국 제국과 남아프리카의 네덜란드계 정착민인 보어인(Boers)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충돌이었다. 이 전쟁에서 캐나다 자치령은 영국의 요청에 따라 7,000명 이상의 병력을 파병했다. 자치정부임에도 불구하고 대영제국에 대한 충성을 입증하는 ‘제국의 아들’로서의 첫 무대였던 것이다.
이는 명백한 자율적 결단이라기보다, 제국 내 ‘정체성 입증’을 위한 정치적 몸짓이었다. “우리도 하나의 문명국가이며 제국의 일원이다”라는 목소리가 침묵 속에서 행동으로 표출되었다.
🔥 2. 강제수용소의 전초전 – 보어 여성과 아이들, 그들만의 홀로코스트
이 전쟁은 현대적 의미의 강제수용소(concentration camps)의 기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국군은 보어인의 게릴라전을 제압하기 위해, 약 120,000명의 여성과 아이들을 강제로 수용소에 가뒀고, 그중 2만 명 이상이 질병과 굶주림으로 사망했다.
이 비극은 단지 ‘제국의 정책 실패’로 치부할 수 없는, 인권유린의 제도화된 서막이었다. 이후 세계사에서 벌어질 터키의 아르메니안 집단학살(1915),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1941~1945)는 모두 이 보어 전쟁 당시의 ‘실험’을 복제하거나 발전시켰다.
🍁 3. 캐나다 자치령의 선택, 정체성의 균열
보어 전쟁은 캐나다에게 이중적 의미를 지녔다. 한편으론 자치령의 정체성을 '제국 내 상위 파트너'로 끌어올린 전환점이었고, 다른 한편으론 국가적 양심과 인권 의식이 시험받는 순간이었다.
많은 병사들은 돌아와 정신적 외상을 겪었고, 전장에서 본 강제수용소의 참상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캐나다 정체성에 일종의 ‘침묵의 기둥’을 심었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 특히 Passchendaele 전투(1917)에 참전한 캐나다 병사들의 내면에도 그 침묵은 반복되었다. 진흙 속에서, 총탄 속에서, 인간다움은 또다시 제국을 위한 희생으로 묻혔다.
🕯 4. 제노사이드의 연속선 위에서
1902년 보어 전쟁의 강제수용소,
1915년 터키의 아르메니안 학살,
1933년 이후 나치의 게토화와 유대인 학살.
이 모든 비극은 단절된 사건처럼 보이지만, 한 줄기의 사상적 흐름 위에 놓여 있다.
"국가적 목적을 위해 인간의 생명을 통제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는 제국주의적, 전체주의적 발상이 정당화되고 반복되는 것이다.
🎬 5. Passing Dale, 그들이 지나간 것은 진흙만이 아니었다
《Passing Dale》은 단지 전쟁영화를 넘어, 캐나다가 어떻게 제국의 명령에 복무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침묵시키는 정체성을 형성했는가를 질문하게 한다.
그들은 단지 전장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 인권과 침묵, 그리고 정체성의 진흙 속을 통과한 것이다.
🔚 결론
오늘날 캐나다는 다문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떠오르지만, 그 근간에는 제국의 침묵과 유린을 체험한 역사적 흔적이 남아 있다.
그 흔적을 직시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금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을 침묵시키는 제국의 언어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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