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단민사》
책을 옮기면서
황하문명이 우리 겨레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지나친 일일까?
한(漢)족인 줄만 알았던 순임금이 동이족이며 복희씨·신농씨 나라를 이어받은 우왕도, 하나라를 이어 일어난 은나라까지 동이족이라고 한다면 미쳤다 할 것이다.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와 금나라는 어디 갔으며 발해는 딴 족속이 세운 나라인가!
중국은 이를 모두 자기들 것이라고 했으며 일본은 이런 사실들이 말살되기 전에는 완전한 침략이 불가능하다고 여겨 우리의 역사를 근본부터 뒤집어놓았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이 운동은 일본이 나라를 강점하면서부터 더 뜨겁게 일어났다. 박은식·신채호 선생과 함께 이 책의 저자인 김교현 선생 등이 이에 앞장섰던 분들이다.
이 책에는 이미 우리 국사의 밖으로 밀려난 요나라·금나라·발해와 함께 배달족이 세운 청나라까지 포함시킴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정말 동양사의 판도를 뒤집어놓은 엄청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사대사학에 마취되어 제 조상도 아니라 하던 사학계에 던져진 엄한 힐책이기도 한 것이다.
이제 겨래의 자취를 바로 캐자는 기운이 세차게 일고 있다. 거짓 없는 바른 얘기를 듣고자 한다. 이에 도움이 되고자 하여 이를 옮긴다.
《신단민사》는 넓게 썼으나 꼭 알아야 할 것만 썼고, 세밀하고 자세하나 지루하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대할 때마다 역사를 알아야 할 모든 사람을 위해 쓴 훌룡한 책이라고 생각해 오다가 이번에 옮겨 쓰기로 했다.
막상 옮기려고 하니 1923년의 초판본은 구할 길이 없고 1946년 서울에서 발행된 것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의 인쇄상태가 흐리고 고르지 못하여 확대경까지 동원하였으나 전혀 알 수 없는 글자도 있었다.
《신단민사》가 담고 있는 정신과 가치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잘못 인식되어 오던 조상의 자취가 하루 속히 바로 잡히기를 바랄 뿐이다.
단기 4319년(서기 1986년) 3월
고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