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하트와 웰젤은 형식적 민주주의와 효과적 민주주의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가 엘리트의 고결성(elite integrity)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형식적 민주주의의 바탕 위에 엘리트 고결성이란 조건까지 충족해야 비로서 효과적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고결성이란 쉽게 말해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는 청렴결백성이다. 사회에 법·제도로 민주주의가 완벽히 규정되어 있더라도 엘리트가 사익을 위해 공적 권력을 남용하거나 권력 남용을 통해 인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 민주주의는 치명적으로 훼손된다. 정실주의적 관행, 이해충돌, 공직자에 대한 스폰서의존재, 인민에 대한 '갑질' 등이 그 직접적인 예다. 잉글하트와 웰젤은 형식적 민주주의 수준을 비영리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각주 1)의 자유지수로 측정하고, 엘리트 고결성 수준은 세계은행(World Bank)의 부패통제지수(CCI: Control of Corruption Index)(각주 2)로 측정했다. 그 결과 '효과적 민주주의 지수'가 만들어진다.(각주 3)
다음 그림('형식적 민주주의 대 효과적 민주주의')를 보면 한국이 형식적 민주주의와 효과적 민주주의에서 어느 정도 위상에 있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은 매우 높은 수준의 형식적 민주주의에 달성했으면서도 효과적 민주주의 수준은 소위 선진국들보다 상당히 낮다. 일본은 물론이고 대만, 이탈리아보다도 아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민주화운동에 자부심을 가졌던 한국인이라면 혹여 실망하거나 충격받을 수도 있는 결과다. 위로가 될지는 모르지만 잉글하트와 웰젤은 이렇게 덧붙인다.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보다 효과적인 민주주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각주 4)
이를테면 라트비아와 슬로바키아는 형식적 민주주의 점수에서 한국보다 높고 영국 및 독일과 같은 점수를 기록했다. 프리덤 하우스 자유지수만 반영할 경우 이들 나라는 영국·독일만큼이나 민주적인 사회여야 한다. 하지만 엘리트 고결성, 즉 부패통제지수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 효과적 민주주의에서 큰 격차가 생겼다. 라트비아와 슬로바키아의 엘리트가 영국이나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능력주의: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 이데아, 박권일, 183쪽~184쪽
각주 1. 프리덤 하우스 자유지수 https://freedomhouse.org/report/freedom-world
각주 2. 세계은행 부패통제지수 https://databank.worldbank.org/databank/control-of-corruption; 이와 함께 널리 쓰이는 지수로는 부패인식지수(CPI)가 있다.
각주 3. 로널드 잉글하트 크리스찬 웰젤, 《민주주의는 어떻게 오는가》, 김영사, 2011, 340쪽~342쪽
각주 4. 로널드 잉글하트 크리스찬 웰젤, 《민주주의는 어떻게 오는가》, 김영사, 2011, 3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