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여전히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다.
에메랄드빛의 태평양 심층 해류 속에서, 무수한 해조(海藻)들이 마치 신경망처럼 뒤엉켜 있었다. 그 중심에는 고대의 형상을 닮은 토템 하나가 잠들어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손으로 빚은 것이 아니라, 레무리아인의 의식이 바다 생명체를 통해 공진화적으로 창조한 생물기계적 구조였다.
"이건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야."
태청 박사는 조심스레 수중 드론의 피드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 "저건, 살아 있어."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토템 주위의 해조가 파동을 내며 스스로 형상을 바꾸었다. 그 패턴은 마치 기억의 지도처럼 점과 선을 이었고, 빛나는 회랑의 문이 바다 밑바닥에 펼쳐졌다.
그것이 바로 레무리아인의 회랑이었다.
기록상 존재하지 않던 문명, 그리고 수천 년 전 대륙이 가라앉은 직후에도 살아남은 잔류 지성체의 흔적.
회랑 안은 차가운 진주빛으로 빛났고, 벽면마다 해조류로 구성된 유기체적 상형문자가 춤을 추듯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언어이자, 음악이자, 기원 그 자체였다. 태청 박사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 문장은 ‘귀환’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들이 돌아온다는 건가…?”
갑작스레 회랑 내부에서 한줄기 파장이 뻗어나왔다.
그것은 인간의 두뇌를 스캔하고, 선택받은 자만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레무리아식 기억 구조였다.
🌊 그리고 그 중심에 기록된 단 하나의 상징—
‘해조의 심장(Heart of Algaea)’
그것이 지구상 모든 잊힌 문명과 ‘동이의 심장’을 잇는 열쇠였다.
'역사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독립군 활동 거점으로 산림에 숨겨진 기지: 밀영(密營) (0) | 2025.06.30 |
---|---|
📘 침묵의 세대: 퀘벡의 프랑스계 주민과 7년 전쟁 이후의 역사 연대기 (8) | 2025.06.30 |
📌 [비판적 역사 인식] 누가 이 나라를 세웠는가? – 대기업 미화, 건국 신화, 그리고 우리가 잊은 것들” (2) | 2025.06.27 |
춘천 중도 유적 파괴와 친일반민족 라인 정치인 과오와 레고랜드에 대한 서명 (0) | 2025.06.26 |
우카시마호 참사 (0) | 2025.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