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천년 전, 푸른 초원 위에 우뚝 섰던 돌궐 1제국. 그러나 630년, 당 태종 이세민의 대군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제국의 심장부였던 오르콘 계곡은 적의 횃불 아래 불타올랐고, 아사나 씨족의 후예들은 사라진 깃발과 함께 흩어졌다.깊은 동굴 속, 은빛 갑옷에 숨죽인 사내 하나. 아사나 유아(幼兒)──훗날 ‘일터리쉬(頡跌利施)’라 불릴 그는 손에 낡은 깃발 조각을 쥔 채, 속삭였다.“전하, 이 깃발이 타오르는 한, 돌궐의 혼은 꺼지지 않으리이다.”제1장|망각의 계곡깊은 설원과 바람이 만들어낸 소용돌이 속. 유아는 궐테킨 재상 부족의 후계자 일궐(一闕)과 고사계 장군 부족의 후예 모로(慕老)를 만난다.일궐(재상 부족): 차가운 이성으로 살아남은 자. 기록과 외교에 능해, 당의 첩자들이 뒤를 밟는 와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