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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정한론의 뼈대로 가야사 복원해

해머슴 2025. 3. 25. 13:22

기고/이용중 식민사관청산가야사전국연대 상임대표

촛불로 집권한 文 정부의 가야사 복원은 식민사관으로 복원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인해 사실상 대한제국이 멸망하였다. 늑약으로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일제에 넘겨주었고, 조선통감부를 설치하여 통감이 대한제국의 국정과 군정의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당시에 초대통감으로 부임한 인물은 ‘이토 히로부미’였다. 일제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승리를 거둔 후 한반도의 외세 개입을 물리쳤고, 조선 합병을 강행할 수 있었지만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 합병에 대한 온건파로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서서히 조선 합병을 하자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메이지 정부의 대신들은 조선을 합병하는 것에 다른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이토를 포함한 메이지정부 대신들이 모두 조선 합병에 찬성한 것은 그들의 사상과 관련이 있다. 그들의 사상적 기반은 일본 우익사상의 창시자이자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인 요시다 쇼인(吉田松陰:1830~1859)의 정한론에 있다. 요시다 쇼인은 조슈번 출신으로 그곳에 송하촌숙(松下村塾)이라는 작은 정치학교를 세웠는데 이곳에서 이토를 포함한 대다수 메이지유신의 공신들이 나왔다. 요시다쇼인의 정한론은 ‘한국(=조선)을 점령하는 논리’를 말하는데, 그 요체는 고대 한민족의 국가인 가야를 임나로 보고, 369년에 야마토 왜 정권이 바다를 건너 한반도 남부에 와서 임나를 정벌해 김해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 통치기관을 세워 한반도 남부의 대부분을 식민지배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임나일본부설’과 다르지 않다. 정한론은 근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여 식민 지배하는 것이 고대사의 복원이라는 것으로 귀결이 된다. 다시말해, 역사 수정주의와 제국주의가 결합한 것이다.

정한논의도. 메이지 10년(1877년) 스즈키 년기 작품.

조선사편수회에서 근무한 이병도는 해방 이후 역사학계를 장악해 일제식민사학을 공고히 하였는데, 그는 1962년 〈수로왕고〉라는 논문에 가야의 건국설화를 후대의 전설로, 건국 시조인 김수로왕을 전설상의 인물로 치부하였다.〈가야사상의 제문제〉에서는 ‘대가야=임나’라고 지도에 그려놨지만 감히 임나일본부설에 다름이 아닌 ‘가야=임나’라고 말하지 못하였다.

가야의 건국 연대는 《삼국유사》·《삼국사기》에 의하면 서기 42년이라고 기록하였고, 가야 지역에 많은 유물과 유적이 출토되었다. 또한 김해의 김수로왕 대제와 ‘상주·함창·문경’의 고녕가야 시조인 김고로 대제에 대한 제사가 매년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기존 역사학계는 가야를 ‘은둔의 왕국’ 또는 ‘미완의 제국’이라 명명하면서 가야사를 깍아내리거나 방치하는 전술로 일관해왔다.

 

●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는 가야사 복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대선공약으로 가야사 복원을 내세웠고, 대통령 당선 이후 2017년 6월 1일 가야사 복원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그해 12월 국정과제로 채택하였다. 이에 대해 일부 개신교계와 일부 대한민국 역사학계가 문정부의 가야사 복원을 반대하였는데, 일부 개신교계의 입장은 정부의 종교 편향성을 문제로 보았고, 대한민국 역사학계의 일각에서는 권력이 역사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는 것과 동시에 당시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을 ‘환빠(환단고기 추종자)’라고 비난하면서 이로인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가야사 복원에 반대하였다.

개신교계 가야사 복원 반대 기자회견 장면

그러나 대한민국 역사학계는 2018년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가야사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들 입장에서 대한민국 역사학계가 대한민국 입장에서 가야사를 복원할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지만 대한민국 역사학계가 복원한 가야사는 《가야고분군 연구총서》(1~8권)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서류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일제식민사관을 바탕으로 한 가야사가 서술되어 있었다. 그 내용에는 이병도도 감히 하지 못한 ‘가야=임나’설을 그의 후학들이 노골적으로 ‘가야=임나’라고 표명하면서 임나일본부설을 추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 대한민국 역사학계, 가야사가 아닌 임나사로 복원

당시 대한민국 역사학계가 복원한 가야사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① 가야는 3세기 말에 건국되었기에 《삼국유사》·《삼국사기》에 기록된 1세기 가야 건국은 믿을 수 없다.

② 김수로왕과 허황후는 3세기 인물이며, 북한 평양을 근거지로 했던 낙랑군에서 내려온 인물이다.

③ 임나일본부설은 한일 역사학계가 진작에 폐기하였다. 하지만 ‘가야=임나’이다. 그리고 야마토왜와 가야는 매우 긴밀하게 연결된 나라이기에 한반도 남부에 외교 시설이 있었다.

④ ‘가야=임나’는 〈광개토왕비문〉·〈진경대사탑비〉·〈양직공도〉로 확인 가능하다.

⑤ ‘상주·함창·문경’의 고녕가야는 지리적으로 맞지 않기에 조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각론의 문제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고, 일제식민사학자들이 주장한 내용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1919년 삼일혁명 이후 일제는 조선을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노선을 바꿔 소학교에 자신들이 만든 역사교과서를 가르쳤는데, 그 역사교과서가 《심상소학보충교재》이다.

《심상소학보충교재-교수참고서》 〈1.상고(上古) 시대의 조선반도〉 ‘비고(備考)’에는 〈광개토왕비문〉·〈진경대사탑비〉·〈양직공도〉를 근거로 삼아 임나는 “경상도 김해에 있던 가라국(加羅國)”이고, “가라(加羅) 즉 임나(任那)는 먼 옛날부터 일본에 조공을 바쳤”다고 주장하였다. 다시말해, 일제는 소학교에서 ‘가야=임나’이고, 임나는 야마토 왜 정권에 조공을 바친 식민지였다는 것을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가르쳤다는 것이다.

또한 조선사편수회에서 근무한 일제식민사학자 쓰에마쓰 야스카즈는 1945년 일본 패전 이후에도 1949년 임나가 경상도·전라도는 물론 충청도까지 지배했다고 주장한 《임나흥망사》를 썼던 악질적인 식민사학자이다. 대한민국 역사학계는 일제식민사학의 논리를 담고있는 《심상소학보충교재》과 《임나흥망사》에서 주장한 내용을 등재신청서에 적어 그 신청서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제출하였다.

《심상소학소학일본역사보충교재교수참고서》

《임나흥망사》

민족 역사학계와 북한의 역사학계는 임나는 본국에 있던 가야계가 일본열도로 진출해서 세운 소국 내지 본국으로 보는 ‘분국설’을 주장해 ‘가야=임나’설 또는 ‘임나일본부설’을 해체하였지만 2018년에 일제식민사관을 추종하는 대한민국 역사학계에서는 분국설과 관련된 주장을 하면 유사 역사학 추종자라고 매도하였다. 더 나아가서 가야사 복원이 잘못된 것에 큰 책임이 있는 고위직 공무원도 우리를 유사 역사학 추종자로 취급하였다.

 

● 시민단체조직과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등재 반대 투쟁

2020년에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이 7개 가야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신청하였다. 그 등재 신청서에는 전북 남원의 두락리 고분군은 야마토 왜의 식민지인 ‘기문국’의 고분이고, 경남 합천 옥전고분군은 임나 소국 중 하나인 ‘다라국’의 고분이라고 하였다. 다시말해, 한국 정부 차원에서 남원과 합천을 왜의 식민지인 기문국과 다라국으로 유네스코 등재 신청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되자 2021년 7월 남원 시민들이 역사단체를 꾸리고 기자회견, 농성과 집회를 열기 시작하였다. ‘식민사관청산가야사전국연대’는 그해 7월에 준비위를 꾸렸고, 2021년 10월 15일 발족하였다. 그해 연말 ‘가야사바로잡기불교연 대’와 ‘식민사관청산경남연대’ 그리고 ‘식민사관청산가야사부산연대’가 꾸려졌고, 2022년 2월에는 ‘가야사바로세우기가락종친회비상대책위원회’가 발족하였다.

식민사관 가야사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 내용 수정할 것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이렇게 모인 시민단체는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를 반대할 것인가 아니면 수정·등재할 것인가를 토론하였다. 결론은 식민사관인 기문국과 다라국을 제거하고, 서기 42년 가야 건국 연대와 가야 시조 김수로 대왕과 가야 왕후 허왕후를 명기하여 수정 등재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이후 시민단체들은 각종 기자회견·항의 방문·집회·탄원서·유네스코 서한문 발송 등을 통해 ‘가야고분군유네스코세계유산등재’의 실체를 알렸고,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야본성’ 전시에 대한 공익감사청구, 2022년 2월 18일 7대 종단 청와대 진정서 제출, ‘20대 대통령 후보 역사 인식 설문조사’ 등 지난한 투쟁을 하였다.

가락국과 5가야 조상들의 영혼이 보살폈는지 가야국 건국 연대를 3세기 말에서 1세기로 수정하였고, 임나소국인 다라국을 ‘쌍책 지역 일대의 가야 정치체’로, 기문국을 ‘운봉고원 일대의 가야 정치체’로 수정·등재에 성공했다. 국가 차원에서 고대 한반도 남부가 왜의 식민지였다고 전파하는 것을 막게 된 것이다.

각 국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서류는 변경 불가능한 것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의 원칙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제출한 각종 자료에 가야의 건국 연대는 3세기에서 1세기로, ‘기문국과 다라국’ 관련 표현은 운봉고원 일대의 가야정치체와 쌍책지역 일대의 가야 정치체로 수정하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특례를 주면서 등재하였다.

식민사관 핵심 내용을 제외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한 것은 기적이다. 시민단체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기에는 버거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정부는 시민들의 절규를 무시하거나 폄하하고 정보조차 차단하였다. 우리는 이런 성공을 김수로왕과 고녕가야 김고로 왕의 혼이 우리를 도와주었기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센터 라자르 에룬도 아쏘모 위원장 답변서.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센터 ‘라자르 에룬도 아쏘모’ 위원장이 ‘식민사관청산가야사전국연대 유네스코 특별위원회 박진무 위원장’에게 보내온 서신이다. 그 서신은 위 사항을 모두 담고 있다

●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께 묻다

가야사 복원을 국정과제로 추진했는데 정한론의 도구로 사용한 ‘가야=임나’설로 복원하였다. 대한민국 역사학자가 한 일이지만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과 가야사 복원에 핵심 역할을 한 경남지사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가야사 복원 과정에 식민사관 가야사 복원에 관한 우려를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당신들께 전달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당신들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사태에서 귀하들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들의 진솔한 사과를 요구한다.

 

● 가야사 다시 복원되어야 한다

가야사는 현재 식민사관으로 도배되어있다. 문정부의 가야사 복원에 의해 편찬된 《가야고분군 연구총서(1~8권)》는 폐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야사를 식민사관으로 복원한 학자와 이를 방치한 책임을 지닌 관계 공무원은 법에 따라 징계하여야 한다. 국회는 식민사관 가야사 복원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여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이용중 식민사관청산가야사전국연대 상임대표

출처 : 한가람뉴스플러스(https://www.hgrnews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