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글

강단사학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해머슴 2025. 12. 15. 07:58

대한민국 역사학계에 묻는다.

당신들은 지금, 어떤 자리에서 역사를 말하고 있는가.



일본이 『일본서기』라는 편년된 서사 체계를 앞세워 고대사를 국가 전략의 일부로 활용하고, 그 논리를 현대 외교와 국제 여론의 장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동안, 한국의 강단 사학은 과연 무엇을 해왔는가. 이 질문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직무와 책임의 문제다.



오늘날 강단 사학계가 보이는 태도는 흔히 ‘학문적 엄밀성’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식민지기 형성된 연구 프레임을 거의 수정하지 않은 채 유지하는 지적 관성, 혹은 책임 회피에 가깝다. 논쟁을 회피하기 위해 ‘위서냐 아니냐’라는 형식 논리에만 매달리고, 그 문헌이 왜 대중의 손에 다시 쥐어졌는지, 왜 반복적으로 소환되는지를 묻지 않는다.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언급했을 때, 다수의 이른바 정통 사학자들이 보인 반응은 학문적 토론이라기보다 알레르기적 방어 반사에 가까웠다. 문헌 비판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언급이 불러온 사회적 파장, 즉 역사 서술에 대한 불신과 식민사관 극복에 대한 집단적 갈증을 해석하지 못하는 학문은 이미 공공성을 상실한 것이다.



만약 『환단고기』가 위서라면, 질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왜 이 사회의 수많은 시민들이 그 책에서 위안을 얻는가?

왜 교과서와 학계가 제공하지 못한 서사를, 비정전 문헌에서 찾으려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비판은 자기반성 없는 권위 주장에 불과하다.



일본은 19세기 말 이후 약 120년에 걸쳐 연대와 계보를 재구성하며, 한반도 지배를 ‘고대부터의 필연’으로 서사화했다. 반면 한국 학계는 오히려 자국의 역사 시공간을 축소하고, 가능성의 영역마저 ‘실증 부족’이라는 이유로 선제 차단해 왔다. 그 결과, 역사적 상상력은 억제되었고, 대중은 학계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학문은 냉정해야 하지만, 무감각해서는 안 된다.

비판은 필요하지만, 조롱은 책임이 아니다.

실증은 중요하지만, 그 실증의 기준이 식민지기 설정값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교조다.



역사를 다루는 이들이 대중의 갈증을 외면하고, 지도자의 문제 제기를 희화화하는 사이, 일본의 역사 왜곡은 국제사회에서 ‘기정사실’처럼 굳어지고 있다. 이 공백은 학계가 만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일본의 조작된 서사에 대응할 수 있는 냉정하고 강력한 논리이며,

다른 하나는 국민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살아 있는 역사 서술이다.



강단 사학은 더 이상 골방의 안전지대에 머물 수 없다.

당신들이 침묵하거나 폄훼해온 그 자리에서, 이미 시민들은 스스로 질문하고, 자료를 모으고, 역사를 다시 사유하기 시작했다.



학계가 이를 외면한다면, 역사는 학계를 우회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