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글

한국사 ‘미화’라는 말이 가리는 것 ― 식민사관과 중화 패권사학을 넘어서

해머슴 2026. 1. 10. 08:55


최근 한 영상에서
사학과 출신 학생이 한국 고대사 연구나
‘역사 바로 알기 운동’,
그리고 《환단고기》와 같은 인식 틀을 두고
“민족주의적 미화”, “시간 낭비”라고 단정하는 장면을 보았다.
“차라리 취업 잘 되는 과나 가라”는 말은
단순한 개인의 의견을 넘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역사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이 논쟁의 핵심은
‘한국사를 미화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왜 한국 고대사를 말하면 자동으로 ‘미화’라는 프레임이 작동하는가이다.

1. 한국 고대사는 왜 늘 ‘과장’으로 의심받는가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의 역사적 위상이나
활동 범위를 언급하면
곧잘 “과장이다”, “민족주의다”, “비학문적이다”라는 반응이 따라온다.
그러나 이 반응은
완전히 중립적인 학문 태도라기보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해석의 관성에 가깝다.
일제강점기 형성된 식민사관은
한국 고대사를 자율적 역사 주체가 아닌
중국·일본 문명의 주변부로 설정했다.
여기에 중화 중심 패권 사학이 더해지며
동아시아의 역사는
한족 중심의 서사로 재편되었다.
이 구조 속에서
한국 고대사의 주체성이나 광역적 활동을 말하는 순간,
그 자체가 ‘의심스러운 주장’이 된다.

2. ‘미화’라는 말의 정치성

‘미화’라는 단어는
겉으로는 학문적 경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토론을 차단하는 가장 쉬운 방식이 되곤 한다.
기존 학계의 기준과 맞지 않으면
내용의 타당성을 따지기 전에
먼저 “민족주의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그러나 질문은 이것이다.
그 ‘기존 기준’은 과연
역사적으로 얼마나 중립적인가?
식민지 시기에 만들어진 해석 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충분히 성찰되지 않은 학문적 관행을
절대 기준으로 삼는 태도야말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3. 《환단고기》를 둘러싼 오해

《환단고기》는 분명 논쟁적인 텍스트다.
학계에서 위서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참이냐 거짓이냐’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텍스트가 등장하고 소비되는 배경이다.
즉,
기존 역사 서술이 한국 고대사를 지나치게 축소해 왔다는 문제의식이다.
모든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태도 역시
학문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역사는
배제와 침묵이 아니라
비판과 검증을 통해 발전해 왔다.

4. ‘취업’이라는 잣대로 역사를 재단할 때

“시간 낭비 말고 취업 잘 되는 과나 가라”는 말은
지금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역사는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학문도,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도구도 아닌
취업과 직결되지 않으면 무의미한 것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역사를 가볍게 여기는 사회일수록
외부의 서사와 권위에 쉽게 흔들린다.
자기 역사를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회는
타인의 해석을 빌려서만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5. 한국 고대사를 다시 묻는다는 것

한국 고대사를 다시 바라보자는 말은
과거를 미화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그것은
식민사관과 중화 패권사학이 남긴
해석의 전제를 점검하자는 요청이다.
그리고 그 요청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비판적 사유의 출발점이다.
맺으며
한국 고대사를 말하는 것이
왜 늘 변명처럼 취급되어야 하는가.
왜 한국의 과거를 주체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항상 ‘위험한 미화’가 되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이미 중요한 역사적 행위다.
역사를 가볍게 만들수록
정체성도 가벼워진다.
그리고
가벼운 정체성 위에서는
어떤 사회적 합의도 오래 서지 못한다.

🔖 해쉬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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