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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조선은 끝났는가 ― 『고대조선, 끝나지 않은 논쟁』을 다시 읽으며

해머슴 2026. 1. 22. 18:30

그림 1. 《고대조선, 끝나지 않은 논쟁》 책 표지


한국 고대사는 종종
“이미 정리된 영역”처럼 취급된다.

단군은 신화,
고조선은 전사(前史),
한사군은 평양,
그리고 삼국의 등장.

이 서술은 너무 익숙해서
의심조차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는 책이
고대조선, 끝나지 않은 논쟁이다.

1. 고대사는 ‘완결된 과거’가 아니다

이 책이 전제하는 인식은 명확하다.
고대사는 이미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논쟁 중인 역사라는 점이다.

패수의 위치,
한사군의 실재와 범위,
단군 서사의 성격.

이 문제들은
교과서 속에서 정답처럼 제시되지만,
학문적으로는 여전히
서로 다른 해석이 병존한다.
저자는
“논쟁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거나 지워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2. 역사는 사실의 목록이 아니라 해석의 구조다

역사 논쟁의 본질은
사실의 유무보다
해석의 방식에 있다.

같은 사료를 두고도
문헌 중심 해석과
고고학 중심 해석은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이 책의 강점은
특정 학설을 ‘정답’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데 있다.
대신 왜 이런 갈림이 생겼는지를
차분히 설명한다.
역사를 둘러싼 논쟁은
학문의 실패가 아니라
학문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점을
이 책은 상기시킨다.

3. 패수와 한사군 ― 지명 논쟁이 아닌 구조 문제

패수·한사군 논쟁은
단순한 지명 다툼이 아니다.

그 위치에 따라
고조선의 강역,
고대 한반도의 정치적 위상,
중국 왕조와의 관계 설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가 익숙하게 배운
“한사군 평양설”은
여러 해석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책은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기보다,
왜 이 문제가 논쟁이 되었는지를
독자에게 묻는다.

논쟁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논쟁을 이해하라는 요구다.

4. 단군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단군에 대한 논의는
대개 극단으로 흐른다.

완전한 신화이거나,
완전한 실존 인물이거나.
그러나 고대 사회에서
신화와 역사는
오늘날처럼 분리되지 않았다.

이 책은
단군을 무조건 실재로 증명하려 하지도,
가볍게 신화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대신
단군 서사가 형성된 맥락과
그 상징성을 함께 보자고 제안한다.

단군은
사실 여부 이전에
고대 사회가 자신을 설명한 방식이다.

5. 식민사관이라는 ‘틀’에 대하여

이 책이 가장 민감하게 다루는 부분은
식민지 시기 형성된
역사 인식의 틀이다.

고조선의 축소,
한사군의 한반도 고착,
고대 국가 형성 능력에 대한 불신.

이런 해석이
비판 없이 ‘학설’로 굳어졌고,
그 결과 논쟁 자체가
금기시되었다는 점을
저자는 문제 삼는다.

비판 없는 학문은
학문이 아니라
반복된 관성에 가깝다.

6. 이 책의 위치 ― 답이 아니라 질문

『고대조선, 끝나지 않은 논쟁』은
정밀한 학술서라기보다는
논쟁의 입구에 서 있는 책이다.

장점은 분명하다.

고대사 논쟁 구조를 이해하기 쉽다
일반 독자에게 접근성이 높다
질문의 방향을 제시한다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깊은 고증보다는 개관에 가깝다
일부 주장은 논쟁적이다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은
결론이 아니라
사유의 시작이다.

7. 고대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역사는
외워야 할 정답의 집합이 아니다.

특히 고대사는
불확실성과 해석의 여지가
본질적으로 포함된 영역이다.

이 책은
고대사를 다시 보자고 말하지 않는다.
고대사를 다르게 질문하자고 말한다.

그 질문이 불편할수록,
우리는 역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다.

맺으며

고대조선은 끝나지 않았다.
논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논쟁을
무시하지 않고

차분히 바라보는 태도야말로
역사를 살아 있게 만드는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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